님은 나를 일으켜 세우시네
-작가 노트-
여름의 한낮이면 햇님이 서편으로 기우는 집 앞 바로 위에 떠서 시아바다를 거울처럼 반짝거리게 하고 그 반사 빛의 눈부심마저 보태어 아찔거리며 집안 구석구석을 찜질방처럼 덥힌다. 피해갈 수없는 무더위와 눈부심이 어느덧 저녁노을의 황금빛으로 바뀌며 내 모든 생각과 상상력이 정지된 황홀함에 빠져든다. 그리고 나 자신이 자연의 일부처럼 녹아드는 느낌 !
마을을 피해가지 않는 세찬 북풍은 어찌한 가, 휘돌아 나가는 바람은 온통 창문을 덜컹거리게 하며 잇발을 드러낸 용들의 싸움처럼 시아바다를 뒤집어 놓는다. 오래된 우물물이 마르고 얼며 모터펌프마저 얼어터지면 별수 없이 두레박질로 식수를 날랐던 겨울은 인내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앙상한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리어 모진 세한의 눈바람을 이겨내고 있는 번데기들, 그 나비 꿈을 꾸는 모습을 보면 어찌 추사의 세한도 송백만이 장하다 할 수 있을 가?
처음 아비를 따라 이곳의 척박한 마을에 정착하였을 때, 도시 생활에 길들어진 습관 탓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갈등과 마찰도 많았다. 그사이에 돌아가고 떠나고 빈집들이 생기면서 겨우 10호만이 남은 , 경작할 노동력이 줄어들어 노인들만 남게 되는 마을의 쇠락은 눈에 선하다. 도시체질이 아닌 아비는 자신의 늙음과 더불어 마을의 쇠락함을 보기위하여 선택한 것이라 하였다. 아직도 예술공동체 마을을 세우는 꿈을 꾸면서 이곳을 자기 사색의 터전, 명상의 사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벌서 15년간 살아온 나도 아비의 생각과 상상력을 닮아가는가 보다. 나역시 이 곳을 예술의 텃밭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을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보이는 넘어로 상상력을 찾아내는 그림, 자연 속에 숨은 신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다는 믿음 속에 하나님을 찾는 신앙을 갖게 되었으며 재능부족의 열등감을 씻어낼 수있었다. 어디를 가든 다시 되돌아 가고 싶은 회귀본능을 일 깨우는 건 내집 앞의 바다이다. 바다는 내게 쉬임없는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한다. 그래서 고마웁고 자연의 모든 것이 나를 먹여주고 살려줌이 고맙고 감사하다. 그 고마움의 보답으로 나는 예술을 한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 그 속에서 나는 님을 찾으며 마지막 날의 여정까지 예술을 밀고 갈 생각이다
약력
1950년 부여 출생
추계예술대학 서양학과 졸업
개인전 4회 (서울 대전 순천 함평 )
제작구룹전 (15회 출품 )
꽃그림전 / 영산강 다시보기전/ 영.호남교류전/ 남도산하전/해남화원축제전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이정순 그림전 ( 목포 순천 광주 서울전시 )
목포민미협회원
주소; 전남해남군화원면 매월리478 /
전화 061-536-4793 / 011-9725-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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